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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아가는이야기/ MEGA-ISSUE

세월호 사고와 2014년 대한민국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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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와 2014년 대한민국 자화상

 

[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2014년 4월 29일 신문기사 제목들 ]

 

하나의 사고와 관련하여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많은 일들이 모두 관련있다는 사실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할 말을 잃을 판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대한민국에서 뭔 일이 나면 공통적으로 나도는 말이 있다. 초동대처 미흡, 총체적 부실, 비리, 예산 부족, 인력 부족, 기준 미비, 집계오류, 오보 등등. 수십년 동안 참 변함이 없다.

가끔씩 대한민국에 대해서 하는 얘기중에 “다이나믹 코리아”라며, 마치 얘기하는 본인은 동일한 대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양 말한다. “빨리 빨리” “결과물”을 다른 소중한 가치는 도외시한 채 하다보니 다이나믹해 보이는 것은 아닌지? 몇몇 미개한 인간들이 나라 전체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신속 대응하는 것이 진정한 다이나믹이 아닌지? 혹시나 방송 등에 나와 본인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부정적 시각을 감추고 긍정적 평가를 소리 높여 하는 것은 아닌지? 본인 역시 대한민국적 병폐에 찌들어 소위 잘 나가다보니 이러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지극히 정겨워 보이는 건 아닌지?

 

얼치기가 판치는 대한민국

 

 

세월호 침몰 순간에도, 초기 구조작업도, 사후 수습 과정도---

현장에 ‘전문가’는 없고 '얼치기'만 많았다

[ 2014년 조선일보 헤드라인을 보고 ]

그런데 한편 생각해볼 것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한꺼번에 드러난 것일 뿐 평소에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다음과 같은 가설이 그럴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전문적 식견 등 소위 ‘실력’을 갖추는 것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 머니 커넥션 등 그와 무관한 끈을 동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일테고, 그렇게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은 결코 ‘실력’을 갖춘 소위 전문가를 잠재적 적으로 못박아 그를 견제하는데 정력을 쏟았을 것이다.

 

 

정치인으로서는 ‘국민’과 ‘민생’을 입에 달고 있으면서도 이보다는 자기 텃밭에서 당의 공천을 받는데 주력하는 것이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데 훨씬 나은 방법일테고,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 역시 적극적인 업무 행태를 보이거나 악습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복지부동하며 승진에 유리한 요소만을 공략하는 게 정년까지 무사히 근무하고 연금을 받는데 효율적일 것이다. “철밥통 해피아” “관피아, 철밥통” 누구의 작명인지 기가 막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평소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따로 있어 매우 바쁘다가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 일이 벌어지면 평소 지연, 학연, 혈연, 머니 커넥션 등으로 다져놓은 기반을 배경으로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부각시켜 관심을 유도하고, ‘제도’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뜯어고치자고 열을 올리게 된다. ‘제도’를 고치면 즉시 성과물이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거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름 사죄하는 것은 꿈조차 꾸기 힘든 일이고, ‘의식’과 ‘문화’의 변혁을 꾀하고자 하는 장기적 개선 노력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누더기가 되며, 매년 교육제도가 바뀌게 되고 그게 맞춰 약삭빠르게 움직여야 피해를 덜 보게 되니 학창시절을 통하여 약삭빠름이 몸에 벤 성인이 창출되는 것이다.

 

 

어떠한 일을 해결해나감에 있어서, 절차, 원칙과 도의를 지키는 행태가 존중받지 못한다. 결과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너무도 젖어버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체 당연스레 체득되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고 대처훈련이 되어있지 못한 데에는 그것이 어떠한 성과물도, 어떠한 물질적 이득도 당장에 주지 못하는 것이기에 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든 그 조직내에서 필요함을 의식하고 있었던 극소수의 깨어있는 자들이 있기도 했었겠으나 목소리로 내기에는 생존에 대한 위협의 두려움에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내부고발자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리라.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며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놀랄 때가 있다. 전혀 그렇지 않던 지인들의 입에서 대한민국병에 걸린 미개인의 행태와 동일한 이야기가 거침없이 나오고, 돈 몇푼에 여지없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일단은 내가 잘 되고 봐야 돼", "한 건 제대로 해먹어야 하는데"라고. 마치 대한민국 현실에서 당장 가진 것 없는 자가 그럭저럭 여유로이 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한 때는 꽤나 친근했던 친구들이 말이다. 그러지 말자고 하는 나를 오히려 이상한 듯 바라본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그 친구들이 했던 말과 세월호 선장의 허둥대며 탈출하는 모습이 겹쳐지니 참으로 씁쓸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족들의 절규와 호소

[ 2014.4.29 연합뉴스 기사 요약 ]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9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으며, 25분 가량 분향소에 머무는 동안 박 대통령을 향한 유족들의 절규와 호소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고, 이후 유족들을 만나 절절한 하소연을 들었다.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관계자들 엄중 문책해달라"

"저는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기들 살려달라고 해야 하나"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어요. 끝까지 있으셨어야지, 현장에 있으셨어야죠"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

"지금 사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저희 자식이기도 하지만 내 새끼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이에요"

"마지막까지도 못올라온 아이들까지.. 부모들 죽이지 마시고 아이들 죽이지 마시고.."

"선장 집어넣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해수부부터 해서 이렇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에 안살고 싶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안되잖아요"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대통령님이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내 자식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내 자식이 이렇게 됐으면 내가 어떻게 할건지 그 마음으로 해주십시오"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권모군의 형은 "1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한 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1년도 안돼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다"며 "바라는 거 하나도 없고 보상도 필요없다. 다만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 차후에 더 거짓이 방송되지 않도록 거짓이 알려지지 않도록..그것만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호소하는 유족들의 손을 부여잡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에 쌓여온 모든 적폐와 이것을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된 모든 것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분향소를 나서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족들의 호소에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누군가 TV에 나와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남편이나 부인이나 부모님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사람을 일컫는 말은 미망인, 홀아비, 고아라고 있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그 아픔이 너무도 커서 그러한 아픔을 겪고 계신 부모를 가리키는 말조차 이 세상에 없다

약속의 아이콘 대통령의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져, 적어도 헤아릴 수조차 없는 부모의 마음에 더한 상처를 내는 사람들이, 적어도 그러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먹고살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배운대로 어른의 말을 따랐더니 다시는 못 올 길을 가버리는 어처구니 없고 부끄러운 애통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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